그림책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와이스토리 연구원 고현주
2008년 8월 8일 8시 8분 미국의 그림책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은 시카고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제 참가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노란 우산을 들고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되자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 모임의 이름은 ‘Beckoning of Lovely’ 즉 ‘사랑을 부르다’라는 프로젝트로 에이미는 시민들과 모여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했다. 프로젝트는 2009년 9월 9일, 2010년 10월 10일에도 이어졌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길가에 나무 지폐를 매달아 두고 ‘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 즐기세요, 이 거리를 걸어온 게 기쁘지 않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두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을 나누던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은 2017년 암으로 사망했다. 현재는 그녀의 딸이 에이미의 뜻을 이어받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금 더 사람들 속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그림책 작가이다. 그림책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단편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그녀가 남긴 그림책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그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작품에는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쿠키 한 입의 행복 수업, 쿠키 한 입의 사랑 수업, 쿠키 한 입의 우정 수업’ 시리즈가 있다.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세트 상품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이 책들은 모두 ‘쿠키’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각각의 가치를 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떠한 행동으로 표현되는 추상적 가치들에 대해서 주제별로 분류하여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인지, 예의란 무엇인지, 긍정적, 부정적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와 외에도 다양한 추상적 가치들에 대해 쿠키를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은 와이스토리에서 발간한 ‘그림책이 참 좋아! 이야기톡! 그림책 톡!’ 1권에도 실려 있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낼 것인지 액션 아이디어 게임으로 표현하기,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들이 이야기톡 스티커를 활용하여 정리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도서관에서 성인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을 읽고 ‘쿠키’가 아닌 다른 매개물을 통한 그림책 만들기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였지만, 수강생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의 경우 임신과 출산 육아의 경험을 그림책으로 잘 표현하였는데, 몇 컷의 이미지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잘 만들어진 그림책은 그림책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하게 한다.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를 읽고 ‘학교, 가정, 숙제, 용돈, 축구, 운전, 게임’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추상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그림책 중에는 ‘관점’에 대해 표현한 작품도 있다. 바로 ‘오리야? 토끼야?’라는 작품이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오리로 보이기도 하고 토끼로 보이기도 하는 이 그림책을 통해 작가는 방향에 따라 하나의 사물도 충분히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차이는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의견이 다른 것은 관점의 차이일 뿐이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 두 개의 관점이 마지막 장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고수하는 장면을 보면 관점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그림책은 ‘느낌표!’ 이다.
이 책은 남과 달라 튀기만 하는 느낌표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고 당당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다 조금씩 다른 존재들인데, 공동체 생활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같은 모양새로 조용히 살기를 강요하고,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물원에 한 가지 동물만 있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식물종과 동물종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각각이 다른 개인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존중받을 수 있고, 또한 서로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을 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림책 작가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도 결국은 아름답게 공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외에도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은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그녀가 남긴 직품들을 찾아 읽어보며 그녀가 그림책을 통해 전해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느껴보는 것도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좋은 경험이라 여겨진다.

글쓴이 고현주는 청주에 살고 있다. 어느새 중학생이 된 큰 아이를 키우다 그림책에 푹 빠져 지낸 지 십년이 넘었다. 그림책 관련 책을 낼 정도로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림책으로 더 행복해질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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